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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Young Ho Hur

MINIATURE LP (CD)


# 1995년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The Originals 라는 시리즈를 소개하면서 카라얀의 “자라투스트라”앨범을 미니어쳐 LP로 만들어 음악 평론가등 업계 사람들에게 홍보용으로 나눠줬다. 기존 CD 플라스틱 박스에 불만을 글로 쓴 적도 있었는데, 이러한 신선한 팩키징에서 CD의 미래를 봤다고 흥분했다.

# 90년대 초중반에 일본에서 시작된 이 새로운 운동(?)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면서 과거에 발매되었던 명반의 리바이벌 판매고를 올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팩키징은 인간의 미니어쳐에 대한 묘한 감성과 과거에의 향수를 자극했다고 생각한다. 재생음악도 어찌보면 실연음악의 미니어쳐가 아닌가. 나도 일본출장 갈때마다 새로 나온 미니어쳐 LP를 닥치는대로 사서 모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아날로그에 집중하던 시절이라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그냥 꽂아 놓은게 수십장이다.



# 제대로 제작된 미니어쳐 LP 대부분은 made in Japan이다. 이들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집착은 실로 경이롭다. Sticky Fingers에는 실제로 “자꾸”를 달아 놓았고, Some Girls, Physical Graffiti는 오리지널 앨범과 똑같이 구멍을 내서 입체감을 연출한다. In through the Ourdoor 앨범도 갈색 종이봉투에 넣었고 CBS Masterworks의 금장문양은 프린트가 아닌 실제로 따로 만들어서 붙인 것이다. Zeppelin 3는 앨범커버 안쪽에 넣은 동그라미가 실제로 돌아가면서 LP 오리지널의 그림책 효과를 똑같이 내어준다. 박스판으로 출시되었던 번스타인의 말러는 LP와 똑같은 구조의 종이박스를 만들어 그 내부에 해설지를 인쇄해 놓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 앨범을 갖고 있던 없던 상관없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 한국에서도 이에 뒤지지 않는 완성도로 만들어진 미니어쳐 LP가 있다. 내가 잘아는 음반산업 후배가 제작한 블루노트 명반 시리즈. 일본 제품에 뒤지지 않는 완성도, 심지어 LP속 내지도 오리지널과 똑같이 만들어 놓았다. 원가부담이 많아서 완판을 했음에도 큰 돈을 벌지 못했다고 한다. 음악과 음반을 사랑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 오리지널 자켓에 대한 청중의 향수를 간파한 음반 레이블은 그 이후 무분별한 박스 세트를 내놓으면서 음반 시장을 망쳐 놓았다. 오리지널 자켓 흉내를 냈지만 허접하고 무성의한 프린팅 마무리, 게다가 50-60장을 한꺼번에 박스로 묶어서 청중에게 그냥 던져 놓고 알아서 들으라는,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음악을 완전히 “commodity”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음반 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는 친한 후배님의 말을 그대로 전한다. “팩키징을 고급스럽게 해서 좀 더 해먹을 수 있는 CD 시장을 박스판 ‘물량떼기’로 완전히 말아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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