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2만장에 가까운 음반을 수집하면서도 모노 레코드에 대해 별로 큰 관심이 없었다. 꼭 들어봐야할 모노 시대의 명반은 리마스터링이 잘된 CD로 듣거나, 아니면 스테레오 프레싱으로 제작된 리이슈 앨범으로 주로 들었다. 한편 YH 아날로그의 턴테이블을 들여놓은 고객 중에서 두 분이 클래식, 재즈 각 장르의 전문가급 음악 애호가인데, 이들은 두 개의 톤암을 세팅해서 스테레오, 모도 카트리지를 각각 구동하고 계시다. 서울의 유모 대표, 뉴올리언스의 전모 박사 두 분인데, “모노 레코드에서 신세계를 경험하고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신다.
# 20년쯤에 구해 놓은 SPU A 타입 모노 카트리지가 있는데 댐퍼가 굳어버려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최근 부산 대동전자에 맡겨 수리해서 가져다 놓고 이번 구정연휴에 본격적으로 들어보았다. Opus 4 턴테이블에 FR64s 톤암을 SPU A 타입 카트리지 시청을 위해 셋업해 놓았으니 여기에 달아서 시청하면 된다. 내가 제작한 YH 아날로그 “The Phono”에 연결해서 시청해보기로 했다.
# SPU 모노 카트리지는 출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3mv) 트랜스포머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나의 시스템 환경에서는 로우게인으로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는게 소리가 낫다고 판단되었다. 트랜스포머 사용 여부에 따라 소리의 성향이 많이 달라지는데 최근 옥수 뮤직홀을 방문했던 유모 대표의 경우 음반에 맞춰서 트랜스포머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역시 고수는 다르다.
# 모노와 스테레오는 음반의 제작 기술 자체가 다르다. 스테레오는 그루브 양쪽에 각 채널 시그널정보가 “vertical”로 새겨져 있는 반면, 모노는 그루브 바닥에 시그널정보가 “horizontal”로 새겨 있는 것이다. 카트리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갖고 있는 미세 현미경으로 레코드 표면을 들여다보니 그 차이가 확연하다. 모노는 일정한 규격, 일정한 넓이에 그루브가 새겨져 있는 반면, 스테레오는 다이나믹 낙폭, 악기의 성격 등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노로 제작된 “전람회의 그림”은 각 악장의 음량에 관계없이 일정한 외형으로 소릿골이 파여 있지만 스테레오로 제작된 “1812 서곡”은 그루브 모습이 많이 다른데, 특히 캐논포가 터지는 마지막 튜티 대목에서는 그루브가 거의 직각으로 휘어지는 대목도 있다 (사진 Stereo B). 모노 레코드가 동네 야산 골짜기라면 스테레오 레코드는 그랜드 캐년 협곡이라고나 할까.
# 새삼 모노 레코드의 세계가 심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토스카니니의 베토벤 교향곡, 베르디의 팔스타프, 이 두 앨범을 위해서 모노 카트리지를 갖고 있다고 언젠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50년대 오리지널 RCA 프레싱은 소리가 매우 훌륭하다. 얼마전 일본에 갔을 때 피셔 디스카우의 “물방아간” 가곡집을 모노로 사왔는데 내가 생각하던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들려준다. 컬럼비아 6 eye가 이래서 좋다고 하는구나. 게다가 YH 아날로그 포노앰프EQ 보정기능이 진정 빛을 발하는 순간. 음반의 상태에 따라 저역 (turnover), 고역 (roll-off)를 자유자재로 튜닝을 할 수 있으니 어떠한 시대의 음반도 보정을 해서 시청하는게 가능하다. 내가 만들어서 상품으로 판매를 해놓고도 그 잠재성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는 챙피한 생각이 든다.
# 모노 레코드는 스테레오 레코드보다 훨씬 저렴할 뿐 아니라 명반을 스테레오, 모노 두 버전을 비교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재즈 팬들 중에 블루노트 명반을 스테레오, 모노 두 버전을 모두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를 알수 있을듯 같다. 예를 들어 마일스 데이비스를 오리지널 모노 레코드로 들어보면 이후에 제작된 버전을 들을 수가 없을 정도로 탁월한 피델리티로 트럼펫을 묘사해준다.
# 결론적으로, 나도 이제 모노 레코드를 좀 모아서 들어 보기로 했다. 뮤직 라이프, 오디오 라이프 40년만에 이건 또 무슨 새출발의 다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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